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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는 ‘반쪽’도 통한다···경기 침체에도 강남은 ‘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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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5-06-10 07:35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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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은 초라했다. 무언가를 하자는 것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한 쪽에 가깝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평가였다. 공약집에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세사기 근절, 중금리 대출을 통한 서민금융 접근성 개선 등 추상적인 내용이 담겼고, 가장 민감한 부동산 세금에 대한 내용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의식한 듯 부동산 문제는 뒤편으로 제쳐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폭등했던 그간의 패턴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잔액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 영향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집값이 들썩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민주당 정권=집값 상승’이란 믿음은 앞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 등을 중심으로 한 서울 ‘한강벨트’의 집값이 오르는 반면, 그 외 지역은 간신히 기존 시세를 유지하거나 고꾸라지는 양극단의 현상이 한동안 유지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1주택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사이 서민들은 외곽으로 내몰리는 양극화의 부작용도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5월 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211호 경매 법정에 나온 물건은 42건. 다세대(빌라·23건)가 제일 많았고, 오피스텔·상가·다가구를 제외하면 아파트는 2건에 불과했다. 저마다 입찰가를 작성해 제출하자 집행관이 총 7건에 대해 입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였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13억9500만원, 경매는 11억1600만원에서 시작됐다.
시장에서 최저 35억원에 거래되는 은마아파트가 이렇게 쌀 수 있냐고? 이 물건이 유독 싼 건, 전체 지분의 절반만 매각하는 일명 지분거래였기 때문이다. 지분거래는 경매시장에서 흔히 ‘어려운 물건’으로 통한다. 낙찰되더라도 실거주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향후 재건축이 진행돼도 추가 지분 확보를 두고 오랜 시간 다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반쪽 은마아파트’는 경쟁 끝에 낙찰됐다. 그것도 감정가보다 높은 14억3888만원에.
경매 명도 대행업체 관계자는 “사실 사면 골치만 아픈 물건인데 강남 3구는 희소성이 있으니 전문 투자자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남 3구와 용산구는 투기지역 지정 이후 몸값이 더 높아져 물량도 예전만큼 많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강남 매물’의 인기는 실거래 시장에서도 이어진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렸다 낚아채 가는 ‘매도자 우위’ 시장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5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3월 토허제 확대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5월 19일 기준 98.8을 기록한 반면 강남 3구가 속한 동남권은 같은 기간 103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고 그보다 낮으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4월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 전용면적 245㎡는 신고가인 130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외지에서 현금다발을 들고 강남에서 물건을 찾는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06억원에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133㎡)의 매수자는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60대였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강남 3구는 교육, 일자리, 재건축 기대감 등 각종 특이점을 고려하더라도 마치 명품 브랜드 보석과 같이 너무 비싼 사치재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중인 강남 집값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강남 3구, 용산구 등 값비싼 지역에 ‘딱’ 한 채만 보유하는 일명 똘똘한 한 채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 주범으로 본 문재인 정부 때 확산했다. 조정지역 대상 주택을 파는 2주택자엔 양도세 20%포인트, 3주택자엔 30%포인트를 더 내도록 만든 다주택자 중과 세제 정책이 나오자 사람들은 가치가 높은 한 채에 집중하려는 심리가 커졌다.
물론 단지 세금 때문에 억지로 한 채만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투자 관점에서도 강남의 집 한 채가 수도권 외곽 여러 채보다 훨씬 큰 수익률을 가져다준다. 압구정 현대8차 아파트(10층·111.5㎡ )는 지난 5월 10일 62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10년 전 같은 아파트(12층)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무려 39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울 도봉구 창동의 대장주인 북한산아이파크5차(5층·119.1731㎡)가 지난 4월 11억1000만원에 거래돼 10년 전에 견줘 수익률이 76.2%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종합부동산세 등을 차치하고라도, 도봉구에 집을 두 채 갖는 것보다 강남 집 한 채를 갖는 게 훨씬 좋은 투자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에선 어떨까. 주간경향이 접촉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모두 새 정부에서도 똘똘한 한 채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예전 같으면 꼬마빌딩을 살 사람들이 압구정 아파트를 뒤진다. 대한민국에 투자할 데가 없어 모든 돈을 강남 등 일부 지역 주택이 빨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은 부진한 경기 상황이 계속되면서 강남 주택 중심의 거래만 사실상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나 토지 거래 등이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거꾸로 주택을 팔고 토지를 샀다가 낭패를 본 예도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아파트가 있던 A씨는 2015년 무렵 이 집을 팔고 인천에 땅을 샀다. 당시 인천 영종도 개발이 들썩였고 토지개발이 금방 이뤄질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인천을 포함해 수도권의 많은 개발 사업이 멈췄다. A씨는 “서울 집을 가만히 깔고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던 기회를 아깝게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한때는 고정 수입을 가져다주던 소규모 상가 시장도 신통치 않다.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줄폐업으로 소규모 상가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 지 오래다. KB부동산보고서를 보면 2024년 전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2023년 대비 11.6% 감소한 4만6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9만6000건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다. 연간 거래량이 5만건 이하로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강남 집값이 과거처럼 다른 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일이 다시 일어날까. 지난 두 번의 민주당 정권에서 부동산 활황기 때엔 어김없이 서울 강남→서울 비강남→수도권→지역 순으로 부동산시장 상승세가 확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가능성이 낮다. 강남 등 일부 지역만 오르는 ‘초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4억7000만원(18%)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비강남 22개구 30평형 아파트 평균 시세는 윤석열 정부 임기 초보다 9000만원(-7%) 떨어졌다. 심지어 강남과 비강남권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강남·비강남권의 시세 차이가 2.3배였는데 2025년 3월은 2.9배로 커졌다.
이는 거시경제적 상황이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두 정부 때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국내 기준금리보다 높았다. 즉 벌어들이는 돈이 대출금 상환으로 나갈 돈보다 큰 상황이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던 상황에선 정부가 아무리 수요 억제책을 쓰더라도 어지간하면 자산가격이 오를 수 있는 여건이었다.
반면 지금은 GDP 성장률이 낮고 기준금리는 그보다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연 1.5%에서 0.8%로 낮춰 잡았고, 기준금리는 2.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미국과의 정책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큰 폭이 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그렇다고 강남‘만’ 뛰는 그들만의 리그를 뒷짐 지고 지켜만 보기엔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다. 특히 부동산자산을 중심으로 한 부의 집중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강남이 오르면서 그 자산의 대물림을 통한 세대 내 불평등도 커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22년 증여세 총결정세액 8조4033억원 중 57.2%인 4조8046억원이 서울에서 납부됐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전체 증여세의 37.2%에 달하는 3조1234억원을 냈다. ‘강남키즈’가 많이 매입한다고 알려진 성동구의 전입신고를 봐도 부의 이동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동구에 전입 신고한 1만6844명 가운데 이사 전 거주지가 가장 많은 곳은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2100명)였다.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앱인 직방에 따르면 성동구는 올해 5월까지 아파트 매매 중 신고가 비중이 20%대를 기록했다. 경기권에 주택 매입을 알아보는 대기업 직장인 30대 B씨는 “나처럼 부모 도움 없이 집을 매입하려는 사람에게 마용성은 엄두가 안 날 만큼 고가라 넘보기 힘든 별개의 리그 같다”라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강남 집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공급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택보유에 대한 부담을 올리면 매도물량이 늘어 그만큼 강남 지역도 가격 상승 압력이 다소 해소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각종 세금 정책은 똘똘한 한 채 소유를 더 굳건히 만들어 초양극화 상황을 악화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폐지를 시도했다. 1주택자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 특례를 도입하고, 2023년에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6억원에서 9억원(실거주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 과세대상을 크게 줄였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 역시 이 정책을 바꿀 생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 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고가주택이라도 실거주라면 보호할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 등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해 “가급적이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성장률 목표치를 연 3%로 내걸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GDP의 14.2%를 차지하는 건설 투자 부문을 건드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뿐 아니라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한 주택 수요 진작책까지 나올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대출 문턱을 더 높이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각종 신규 정책 대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 등이 추진될 경우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거품이 낀 주택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거품이 있다는 건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란 의미다. 이미 2023년 서울 자가 가구의 PIR은 중간값 기준으로 13배에 달하는데, 일반적으로 10~15배는 거품 상태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서울에는 집값 과열을 막는 정책, 지방엔 건설경기 부양책을 중심으로 한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를 보면 이 역시 쉽지 않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역내총생산(GRDP)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나올 만큼 지역경제가 안 좋은데,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더 많이 받아 집을 사라는 정책은 다 같이 죽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중산층 이상이 한국의 자본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학습효과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부동산은 ‘중위험·중수익’ 투자라는 시장의 착각도 있다. 하지만 일본 사례에서 보듯 거품은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강남 3구의 인프라, 나머지 지역의 인프라 격차가 커지면서 주거지 분화가 시장에서 용인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사람들이 특정 고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구매하면서 서울 내 집값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만큼 부의 대물림과 세대 내 자산 불평등도를 완화할 세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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