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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환경 문제 해결 방안 모색…AI에 대한 믿음과 기술 경쟁 속 간과해선 안 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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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5-06-23 15:00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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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이륙을 시작했고, 디지털 초지능을 만드는 데 접근하고 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지난 6월1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그는 초지능 수준에 가까워진 인공지능(AI)이 과학적 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주도함으로써 삶의 질에 가져올 이익은 엄청날 것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더 많을지 생각하면 매우 흥분된다는 격정을 반복해서 토로했다. 이렇듯 아찔한 속도로 발전하는 AI 소식을 매일 접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 경쟁 대열에 합류하려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거의 공포마케팅 수준의 AI 경쟁 속에서 한국만큼 적응 열풍이 거센 나라도 드물다. 챗GPT 유료 구독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정도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의 1번 공약 역시 ‘글로벌 AI 3대 강국’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뒤질지 모른다는 조급함으로 AI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새 AI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따라잡기 바쁘다. 안간힘을 써서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되고 패배자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AI를 어디에 이용하려는가’ 하는 정작 필요한 질문은 사라지고 ‘사회에서 퇴보되지 않으려면 AI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만 남는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AI 전문가인 션 S 오헤이가르티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 국가들 사이의 무한 군비경쟁 양상으로 AI 발전을 해석하는 것은, 신뢰성 있는 AI를 위한 공적 규제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극소수 빅테크들의 과장된 서사일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AI를 안전하게 이용할 민주적 거버넌스와 사회적 규칙을 마련할 때이며, 국제적으로도 초지능을 향한 무한 경쟁보다는 인류를 위한 더 나은 AI 이용을 위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맞다. 올트먼도 말로는 인정하듯이 AI는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윤리 기준을 더 높이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더 탄탄하게 돕는 방향으로 AI가 인간의 삶에 적응해야 한다. 변곡점을 이미 지나고 있는 기후위기와 생태에 부담을 주는 방향이 아니라 완화시키는 ‘지속 가능한 AI’로 진화되어야 한다.
AI가 인간을 뛰어넘어 초지능이 가까워진다는 선언이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성장률을 높여줄 은빛 탄환이 될 것이라는 기대, 이 때문에 국력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첨단 AI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들이 쏟아지면서 AI 반도체 공급 기업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극소수 AI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시가총액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가지만 시민들의 웰빙이 증가된다는 징후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유행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AI가 정말 우리의 삶, 우리 사회의 정의와 윤리, 기후와 생태에 제대로 보탬이 되고 있을까? 온갖 차별과 불평등으로 얼룩진 과거 인류의 지식 데이터를 학습한 AI만으로 더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회라는 전혀 다른 미래를 과연 추론해낼 수 있을까? 가장 빈도수가 많은 값을 선별해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AI와, 한 가지 명확한 정답보다는 수많은 의견이 공존하고 경합할 수 있어야 하는 우리 사회는 어떻게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가늠할 뿐인 AI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미지의 세계’로 접어든 기후위기 국면을 무슨 방법으로 정확히 예측해낼 수 있을까?
화려한 미래를 보장할 초지능 세계의 입구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해야 한다는 올트먼의 암시와 달리, 지금의 AI는 인간의 욕구나 우리 사회의 윤리, 기후위기의 미래에 전혀 적응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가 무작정 AI에 적응하고 이를 위해 무차별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까? 미디어와 사회의 책임 있는 인사들, 정부는 소수의 테크기업들처럼 AI를 따라잡으라고 시민들을 내몰기 이전에, 테크기업들로 하여금 AI가 우리 사회와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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