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조폭까지 군침, 병의원 보험사기…걸리면 ‘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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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5-08-08 15:42 조회2회 댓글0건본문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와 보험사기 근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금감원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재해석한 홍보물을 대형마트에 설치하고, 성형외과 등이 밀집한 서울 강남역 광고판에 ‘더 세진’ 처벌 규정을 알린다.
금융감독원은 4일 “최근 병의원과 보험설계사 등 브로커가 공모해 진단서를 위·변조하는 등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8억원(3%)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3년 연속 1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병원 관계자와 설계사, 심지어 ‘MZ조폭’까지 연루된 조직적인 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은 앞서 서울경찰청과 공조, 가짜 환자 260여명을 모집해 허위로 보험금을 타낸 의료진, 설계사, 조폭들을 적발했다. 브로커에게 가짜 환자 명단을 공유받은 의료진은 허위 수술 기록을 발급했고, 설계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때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요령까지 공유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의료진을 포함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다음달 1일 성형외과 등 병원이 밀집한 강남역 디스플레이 69면에 ‘보험사기 최대 무기징역’ 등 경각심을 높이는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의료인 구인·구직 플랫폼에 보험사기 근절 메시지를 담은 배너 광고를 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패러디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예방뿐 아니라 사기범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아산, 광주 북구 등 3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쯤 지난달 16∼20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전국 16개 시군구와 20개 읍면동 등 3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대상 지역은 광주 북구, 경기 포천, 충남 천안·공주·아산·당진·부여·청양·홍성, 전남 나주·함평, 경북 청도, 경남 진주·의령·하동·함양 등이다.
이는 지난달 22일 호우 피해를 본 경기도 가평,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경남 산청·합천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또 “신속히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여 피해 주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꼼꼼히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특히 이번에는 피해 신고 기간을 어제인 8월5일까지 최대한 연장해 국민의 피해가 누락 없이 집계될 수 있도록 하고,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하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며 “이로써 호우 피해 지역을 빠짐없이 최대한 지원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방자치단체에는 재난 복구를 위한 국비가 추가로 지원된다. 피해 주민들도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미국 국립공군박물관은 라이트 형제의 고향에 자리 잡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는 인류가 하늘을 향해 품었던 꿈의 궤적이 초기 비행기부터 스페이스 셔틀에 이르기까지 생생히 전시돼 있다. 공기가 희박한 고산 지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해, 극지와 사막, 우주 공간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닿는 곳마다 그 발걸음은 이어져왔다.
하늘을 나는 꿈은 인류의 오랜 열망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추락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새의 날개를 관찰하며 비행 장치를 설계했고, 그의 실패는 오히려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1903년, 데이턴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는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다. 불과 11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비행기는 정찰과 폭격, 물자 수송의 수단으로 급속히 진화한다. 박물관을 거니는 동안 설명할 수 없는 비애감이 밀려왔다. 인간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평화에는 미치지 못한 채 서로를 파괴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하늘을 날고 우주를 탐험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에는 실패하는 걸까?
소포클레스는 <안티고네>에서 말했다. “이상한 것이 많다지만, 인간처럼 이상한 존재는 없다.” 여기서 ‘이상한’으로 번역된 그리스어 데이논(deinon)은 ‘경이로운’으로 번역할 수 있고 ‘무서운’이라고 새길 수도 있다. 인간은 그만큼 복합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다.
성경 속 욥은 인간의 모순을 통찰하며 이렇게 말한다. “광부들은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며,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은과 금을 캐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사자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으로 들어간다.” 인간은 짐승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의 지혜는 어디에 있으며, 슬기는 어디에 있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인간이 서로를 아끼며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땅만 바라보며 살기 때문은 아닐까? 큰 세계를 잃어버리면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 높음의 감각을 잃으면 왜소해지고, 맑음의 세계를 잃으면 더러워진다. 종교조차도 초월을 보여주기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복무하면서 길을 잃고 있다. 고난은 때로 우리를 일상의 틀 밖으로 이끌며,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위대한 정신은 종종 시련을 통해 형성된다. 고난은 우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깊은 세계로 이끄는 힘이 된다.
유대교 전승에 따르면, 신이 인간과 숨바꼭질을 했을 때 인간은 어디에서든 신을 찾아냈다. 바다, 하늘, 땅속… 인간의 상상력은 모든 곳을 뒤졌지만, 신은 끝내 한 곳에 숨었다. 바로 인간의 마음속이었다. 거기에서는 인간이 그를 찾지 못했다. 초월을 잃어버린 인간은 결국 자기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게 된다. 그때 인간은 욕망의 포로가 된다.
오늘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내면은 점점 공허해지는 듯하다. 인공지능(AI)이 열어가는 세상은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깊은 불안을 안겨준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호모 데우스’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우리는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을 잃어가고 있다. 아낌, 존중, 이해,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세상의 꿈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나 이 꿈은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꿈은 현실의 중력에서 우리를 해방해 더 높은 세계로 도약하게 하는 힘이다. 이카로스의 오만이 아닌, 다빈치의 상상력과 라이트 형제의 도전 정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늘을 나는 기술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기술의 지배가 전면화되는 지금, 우리는 다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간만에 호흡이 편해지는 기온이다.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며 바짝 마르고 흠뻑 젖기를 반복하던 작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럽다. 늦은 밤 귀를 기울이면 텃밭 뒤에 있는 둔덕에서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수국과 장다리꽃과 곤드레와 풀들이 하늘 아래 함께한다. 저마다의 생명체들이 각자 자리에 그저 그러하게 존재한다. 고요하다. 경이롭고 신비하다.
오래전 장자는 권력 간의 쟁투와 전란으로 참혹했던 춘추전국시대를 소요하듯 살다 갔다. 가장 비천한 곳에 가장 높은 것이 있다는 걸 깨달은 장자에게는 하루 별일 없고, 나아가 명랑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다 가는 것이 최고의 양생법이었다. 민초들도 그리 소박하게 살기를 바랐다. 가난하지만 내게도 남에게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생과 공존의 삶을 권했다. 그리고 남겼다. 거짓으로 돋보이는 치장을 하고, 거짓말로 자서전을 써나가는 “가면들을 순간의 빛 속에 가두고/ 때리는” 벼락같은 문장을.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비천한 자들이 있음을 증명한 지난 3년여는 분통이 터지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사이 여기저기 아프고 명이 급격히 준 것도 같다. 맹염과 번갈아드는 국지적인 폭우같이 비리와 불법이 버젓이 행해지는 나라에서, 누군들 고요하고 내밀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으랴. 하루하루 히틀러 같은 “연설에 대한 경악”과 서정(抒情)을 파괴하는 말과 사건들 속에서 헐떡였으니. 은밀히 혹은 대놓고 “벼락 맞을 짓을 하는 인간들”을 내내 목도해야 했으니. 이 나라 상층 곳곳에서 “위선과 비열, 몰염치와 야비, 교활하기까지 한” 자들의 가면에 경악하여 외치고 싸우느라 핏대가 섰으니. 누군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을 느끼지 않겠는가마는, 아름다움보다 당장 눈앞의 추함과 망가져가는 나라가 더 절박했으니.
“벼락 맞을 짓을” 한 자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이 진행 중이다. 12·3 불법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국민에게 10만원씩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내란 수괴를 상대로 ‘1만명 위자료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적 피해뿐이랴. 계엄 이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주머니를 떠올리면, 파탄 지경에 이른 민생을 헤아리면, 내란 수괴는 물론 그에 부역하고 동참한 자들의 검은돈도 털어야 하지 않을까. 승소금은 전액 기부한다니, 5000만 국민이 참여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아 고루 혜택을 누리면 더 좋지 않을까. 벌써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
저희끼리 해 처먹으려는 해묵고 탁한 윗물처럼, 내가 사는 작은 동네마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시절이다. 서정시는 고사하고 서정을 간직하기도 힘든 시대에, 나는 잃어버린 서정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서(抒)는 푸고 퍼내고 펴고 토로하고 쏟아놓고 풀고 누그러뜨리는 것 아닌가. 정(情)은 뜻 아닌가.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죽음을 위무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들의 손을 보면서 희망도 생긴다. 명랑하고 화평한 서정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기왕이면 “벼락같은” ‘서정시’를 쓰겠다고.
이마에 번개모양 흉터를 지닌 남학생 해리 포터는 ‘여성 영웅’(heroine)이고, 별이 그려진 머리띠를 한 여전사 원더우먼은 ‘남성 영웅’(hero)이다. 미국의 고고학·인류학자이자 판타지 소설가인 저자의 분류에서는 그렇다.
저자가 말하는 남성 영웅은 악당을 물리쳐 영광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연인을 잃는 등 결국 혼자가 된다. 여성 영웅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좋은 친구들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승리한다. 도움을 청하는 게 남성 영웅에게 죄악시되는 것과 다르다.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호그와트 (대안) 가족과 ‘함께’ 절대 악 볼드모트에게 맞서 싸우는 해리 포터가 성별과 관계없이 여성 영웅인 이유다.
책은 유쾌한 어투로 쓰인 작법서다. (미래의) 작가들이 구조를 대입해볼 수 있도록 남성·여성 영웅 서사를 구성하는 비트(서사 내 가장 작은 이야기 단위)를 예시를 들어 제시한다.
고대 신화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더 흥미로울 책이다. 고고학·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리스·로마의 데메테르, 이집트의 이시스, 수메르의 인안나 신화를 여성 영웅 서사의 원형으로 제시한다. 물러남과 고립, 대안적 네트워크의 도움, 파국이 아닌 협상과 타협 등 서사 구조의 비트를 나눠 설명한다.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대중적으로 흥행한 작품도 살핀다.
저자는 “독자나 작가가 한 여정을 더 좋아하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다”면서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낫다고 여기는 일이 문제”라고 말한다.
여성 영웅 서사의 작법이 곧잘 쓰이는 로맨스물이나 스페이스 오페라 등 장르물의 작품성이 자주 폄하되는 것에는 솔직한 불만을 표한다. 그는 “남성 영웅의 여정은 비평적으로 ‘가치가 있는’ 반면 여성 영웅 여정은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이제 그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연대를 말하는 서사의 즐거움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안내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최근 병의원과 보험설계사 등 브로커가 공모해 진단서를 위·변조하는 등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8억원(3%)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3년 연속 1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병원 관계자와 설계사, 심지어 ‘MZ조폭’까지 연루된 조직적인 사기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은 앞서 서울경찰청과 공조, 가짜 환자 260여명을 모집해 허위로 보험금을 타낸 의료진, 설계사, 조폭들을 적발했다. 브로커에게 가짜 환자 명단을 공유받은 의료진은 허위 수술 기록을 발급했고, 설계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때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요령까지 공유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의료진을 포함한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다음달 1일 성형외과 등 병원이 밀집한 강남역 디스플레이 69면에 ‘보험사기 최대 무기징역’ 등 경각심을 높이는 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의료인 구인·구직 플랫폼에 보험사기 근절 메시지를 담은 배너 광고를 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패러디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예방뿐 아니라 사기범이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아산, 광주 북구 등 3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쯤 지난달 16∼20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전국 16개 시군구와 20개 읍면동 등 36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대상 지역은 광주 북구, 경기 포천, 충남 천안·공주·아산·당진·부여·청양·홍성, 전남 나주·함평, 경북 청도, 경남 진주·의령·하동·함양 등이다.
이는 지난달 22일 호우 피해를 본 경기도 가평,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경남 산청·합천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또 “신속히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여 피해 주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꼼꼼히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특히 이번에는 피해 신고 기간을 어제인 8월5일까지 최대한 연장해 국민의 피해가 누락 없이 집계될 수 있도록 하고,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하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며 “이로써 호우 피해 지역을 빠짐없이 최대한 지원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방자치단체에는 재난 복구를 위한 국비가 추가로 지원된다. 피해 주민들도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미국 국립공군박물관은 라이트 형제의 고향에 자리 잡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는 인류가 하늘을 향해 품었던 꿈의 궤적이 초기 비행기부터 스페이스 셔틀에 이르기까지 생생히 전시돼 있다. 공기가 희박한 고산 지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해, 극지와 사막, 우주 공간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닿는 곳마다 그 발걸음은 이어져왔다.
하늘을 나는 꿈은 인류의 오랜 열망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추락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새의 날개를 관찰하며 비행 장치를 설계했고, 그의 실패는 오히려 수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1903년, 데이턴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는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다. 불과 11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비행기는 정찰과 폭격, 물자 수송의 수단으로 급속히 진화한다. 박물관을 거니는 동안 설명할 수 없는 비애감이 밀려왔다. 인간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평화에는 미치지 못한 채 서로를 파괴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하늘을 날고 우주를 탐험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에는 실패하는 걸까?
소포클레스는 <안티고네>에서 말했다. “이상한 것이 많다지만, 인간처럼 이상한 존재는 없다.” 여기서 ‘이상한’으로 번역된 그리스어 데이논(deinon)은 ‘경이로운’으로 번역할 수 있고 ‘무서운’이라고 새길 수도 있다. 인간은 그만큼 복합적이며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다.
성경 속 욥은 인간의 모순을 통찰하며 이렇게 말한다. “광부들은 땅속 깊이 파고 들어가며,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은과 금을 캐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사자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으로 들어간다.” 인간은 짐승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의 지혜는 어디에 있으며, 슬기는 어디에 있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인간이 서로를 아끼며 평화롭게 공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땅만 바라보며 살기 때문은 아닐까? 큰 세계를 잃어버리면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 높음의 감각을 잃으면 왜소해지고, 맑음의 세계를 잃으면 더러워진다. 종교조차도 초월을 보여주기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복무하면서 길을 잃고 있다. 고난은 때로 우리를 일상의 틀 밖으로 이끌며,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위대한 정신은 종종 시련을 통해 형성된다. 고난은 우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깊은 세계로 이끄는 힘이 된다.
유대교 전승에 따르면, 신이 인간과 숨바꼭질을 했을 때 인간은 어디에서든 신을 찾아냈다. 바다, 하늘, 땅속… 인간의 상상력은 모든 곳을 뒤졌지만, 신은 끝내 한 곳에 숨었다. 바로 인간의 마음속이었다. 거기에서는 인간이 그를 찾지 못했다. 초월을 잃어버린 인간은 결국 자기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게 된다. 그때 인간은 욕망의 포로가 된다.
오늘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내면은 점점 공허해지는 듯하다. 인공지능(AI)이 열어가는 세상은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깊은 불안을 안겨준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호모 데우스’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우리는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을 잃어가고 있다. 아낌, 존중, 이해,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세상의 꿈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러나 이 꿈은 결코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꿈은 현실의 중력에서 우리를 해방해 더 높은 세계로 도약하게 하는 힘이다. 이카로스의 오만이 아닌, 다빈치의 상상력과 라이트 형제의 도전 정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늘을 나는 기술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기술의 지배가 전면화되는 지금, 우리는 다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간만에 호흡이 편해지는 기온이다.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며 바짝 마르고 흠뻑 젖기를 반복하던 작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럽다. 늦은 밤 귀를 기울이면 텃밭 뒤에 있는 둔덕에서 풀벌레 소리도 들린다. 수국과 장다리꽃과 곤드레와 풀들이 하늘 아래 함께한다. 저마다의 생명체들이 각자 자리에 그저 그러하게 존재한다. 고요하다. 경이롭고 신비하다.
오래전 장자는 권력 간의 쟁투와 전란으로 참혹했던 춘추전국시대를 소요하듯 살다 갔다. 가장 비천한 곳에 가장 높은 것이 있다는 걸 깨달은 장자에게는 하루 별일 없고, 나아가 명랑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다 가는 것이 최고의 양생법이었다. 민초들도 그리 소박하게 살기를 바랐다. 가난하지만 내게도 남에게도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생과 공존의 삶을 권했다. 그리고 남겼다. 거짓으로 돋보이는 치장을 하고, 거짓말로 자서전을 써나가는 “가면들을 순간의 빛 속에 가두고/ 때리는” 벼락같은 문장을.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비천한 자들이 있음을 증명한 지난 3년여는 분통이 터지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사이 여기저기 아프고 명이 급격히 준 것도 같다. 맹염과 번갈아드는 국지적인 폭우같이 비리와 불법이 버젓이 행해지는 나라에서, 누군들 고요하고 내밀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으랴. 하루하루 히틀러 같은 “연설에 대한 경악”과 서정(抒情)을 파괴하는 말과 사건들 속에서 헐떡였으니. 은밀히 혹은 대놓고 “벼락 맞을 짓을 하는 인간들”을 내내 목도해야 했으니. 이 나라 상층 곳곳에서 “위선과 비열, 몰염치와 야비, 교활하기까지 한” 자들의 가면에 경악하여 외치고 싸우느라 핏대가 섰으니. 누군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을 느끼지 않겠는가마는, 아름다움보다 당장 눈앞의 추함과 망가져가는 나라가 더 절박했으니.
“벼락 맞을 짓을” 한 자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이 진행 중이다. 12·3 불법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국민에게 10만원씩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내란 수괴를 상대로 ‘1만명 위자료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적 피해뿐이랴. 계엄 이후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주머니를 떠올리면, 파탄 지경에 이른 민생을 헤아리면, 내란 수괴는 물론 그에 부역하고 동참한 자들의 검은돈도 털어야 하지 않을까. 승소금은 전액 기부한다니, 5000만 국민이 참여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아 고루 혜택을 누리면 더 좋지 않을까. 벌써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다.
저희끼리 해 처먹으려는 해묵고 탁한 윗물처럼, 내가 사는 작은 동네마저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시절이다. 서정시는 고사하고 서정을 간직하기도 힘든 시대에, 나는 잃어버린 서정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서(抒)는 푸고 퍼내고 펴고 토로하고 쏟아놓고 풀고 누그러뜨리는 것 아닌가. 정(情)은 뜻 아닌가.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죽음을 위무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들의 손을 보면서 희망도 생긴다. 명랑하고 화평한 서정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기왕이면 “벼락같은” ‘서정시’를 쓰겠다고.
이마에 번개모양 흉터를 지닌 남학생 해리 포터는 ‘여성 영웅’(heroine)이고, 별이 그려진 머리띠를 한 여전사 원더우먼은 ‘남성 영웅’(hero)이다. 미국의 고고학·인류학자이자 판타지 소설가인 저자의 분류에서는 그렇다.
저자가 말하는 남성 영웅은 악당을 물리쳐 영광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연인을 잃는 등 결국 혼자가 된다. 여성 영웅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좋은 친구들을 만들고 그들과 ‘함께’ 승리한다. 도움을 청하는 게 남성 영웅에게 죄악시되는 것과 다르다.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호그와트 (대안) 가족과 ‘함께’ 절대 악 볼드모트에게 맞서 싸우는 해리 포터가 성별과 관계없이 여성 영웅인 이유다.
책은 유쾌한 어투로 쓰인 작법서다. (미래의) 작가들이 구조를 대입해볼 수 있도록 남성·여성 영웅 서사를 구성하는 비트(서사 내 가장 작은 이야기 단위)를 예시를 들어 제시한다.
고대 신화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더 흥미로울 책이다. 고고학·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리스·로마의 데메테르, 이집트의 이시스, 수메르의 인안나 신화를 여성 영웅 서사의 원형으로 제시한다. 물러남과 고립, 대안적 네트워크의 도움, 파국이 아닌 협상과 타협 등 서사 구조의 비트를 나눠 설명한다.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대중적으로 흥행한 작품도 살핀다.
저자는 “독자나 작가가 한 여정을 더 좋아하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다”면서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낫다고 여기는 일이 문제”라고 말한다.
여성 영웅 서사의 작법이 곧잘 쓰이는 로맨스물이나 스페이스 오페라 등 장르물의 작품성이 자주 폄하되는 것에는 솔직한 불만을 표한다. 그는 “남성 영웅의 여정은 비평적으로 ‘가치가 있는’ 반면 여성 영웅 여정은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이제 그만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연대를 말하는 서사의 즐거움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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